[코로나 사이언스] -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떻게 인간에게 옮겨 온 것인가?

중국에서 여전히 약재, 보양식으로 소비되고 있는 천산갑(pangolin)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매가 되고 있는 포유동물이며, SARS-COV2의 중간숙주라는 과학적 증거가 나오고 있다.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중간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염된것으로 추정되는데, 여러 연구진이 연결고리로 천산갑을 지목했다. 즉, 자연숙주는 박쥐이며 중간숙주가 천산갑일 것이라는 과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천산갑은 포유류이지만 특이하게 몸통이 큰 비늘로 덮여있다. 야행성 동물로 잘 발달한 후각과 긴 혀로 곤충을 주식으로 삼는다. SARS-COV2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천산갑 종류는 말레이 천산갑이다. 중국 우한의 수산시장이 코로나19의 근원지라고 할 수 있는것이, 발병이 알려진 이후 판매하던 야생동물들을 모두 제거하고 소독하여 현재는 시료를 채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Positive sense single stranded RNA 바이러스이다. 유전자 길이는 26~32kb로, RNA바이러스 중 가장 크다. 전자현미경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관찰하면 가장자리 표면이 왕관이나 태양의 코로나를 연상시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명명되었다. 

 

천산갑에 기생하며 서식하는 바이러스(Virome)을 연구하는 중국 화난대와 홍콩대의 합동바이러스 연구소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0년 3월까지 ICUN이 밀수단속에서 확보한 천산갑의 폐와 장, 혈액을 받아 메타게놈 유전체 및 RNA유전자 분석을 시행했다. 실제로 이 천산갑에서 새롭게 발견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체 서열이 SARS-COV2와 85.5~92.4%정도 유사함을 알게 되었다. 이는 논란이 되었던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조작하여 에이즈 바이러스 서열을 인위적으로 삽입했다" 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려준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막 표면에는 스파이크단백질이 존재하며 이는 숙주의 특이성, 선택성, 감염성을 결정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에 결합하여 바이러스가 침투하는데, 이는 사람의 혀, 호흡기, 장내 상피세포막 등에 다량 존재하고 있다.

 

천산갑에서 공생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SARS-COV2를 비교해보니 감염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주요 아미노산이 거의 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스파이크 단백질 수용체 결합부위(RBD)의 중요한 아미노산 서열의 유사성은 97.4%에 달한다.)박쥐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서열이 다르고 천산갑 코로나 바이러스와 서열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는 천산갑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왔을 것이라는 추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증거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은 뒤 잘리는 스파이크의 특정부위는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만 발견된다. 천산갑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동안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숙주세포 수용체와 강하게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전파력이 강해졌을 것이다.  (자연 유전자 재조합으로 전파력, 증상 모두 강력해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변화한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RNA형 바이러스이므로, 복제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고, 복제과정에서 실수로 일어나는 돌연변이 외에도 코로나바이러스는 RNA의 유전자 재조합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연변이는 염기 몇개가 바뀌는 수준이지만 유전자 재조합은 유전자가 새롭게 구성되면서 염기가 유전자 단위로 크게 바뀌거나 삽입된다. (주로 생식세포 분열과정에서 유전자재조합이 일어난다.)

 

반려동물, 가축들도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벨기에에서 고양이 1마리, 홍콩에서 개 2마리가 감염되었다는 보도가 있기는 했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와 결합하는 수용체인 ACE2의 주요 부위 서열이 사람과 고양이, 개, 가축 등은 약간 달라서 바이러스와의 결합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미노산의 일부가 조금 다른것이므로, 약간의 돌연변이를 거쳐 반려동물, 가축에도 감염이 되는 신종,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이 될 수 도 있다. 

 

천산갑에서 공생하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개체수가 훨씬 많은 인간 숙주로 갈아탐으로써 증식하는데 매우 유리한 환경에 있다. 천산갑에서 공생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넘어오며 심각한 폐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된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욕심과 , 자연침해로 천산갑을 이용한 것에 대한 천산갑의 경고가 아닐까.

 

 

출처- 코로나 사이언스, IBS기획, 동아시아 출판